이번 지방선거‧재보궐선거에 대해 이미 여러 언론과 정치권의 평가가 나왔다. 또한 이미 선거 기간에 드러난 여야의 문제점과 약점은 이미 충분히 지적됐고 그것들이 선거결과로 드러났을 뿐이다.
여당은 표면적으로는 대승을 거뒀지만 만족할 만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24년 총선, 2025년 대선, 이번 지선까지 전국단위 선거에서 3연속 대승을 거뒀지만 여당으로 치른 이번 선거 결과가 가장 기대와 예상에 못 미쳤다. 앞의 두 번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상대평가 덕이 결정적이었고 이번도 장동혁 국힘 대표 덕을 봤지만, 아마 다음 총선에선 이런 식으로 상대평가의 이점을 두리긴 어려울 것이다. 집권여당이자 다수당인 민주당에 대한 냉정한 평가의 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당 입장에서 이번 선거 결과를 회초리로 여기긴 과하지만 따끔한 예방주사 정도로 받아들인다면 재정비와 쇄신의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야당 마인드’ 내지는 ‘어차피 이길 테니’라는 판단으로 낮은 수준의 정치적 계산을 하는 행태가 드러난다면, 또 대통령이 불안정하고 정파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생각보다 좋지 않은 상황이 빨리 닥칠 수 있다.
국민의힘의 경우엔 이번에도 전체 국민은 물론이고 보수 강세 지역에서도 단순한 신호를 명확히 보냈다. 윤어게인에서 파생된 강성 보수층, 장동혁 체제에 대한 거부감과 중도확장적 보수에 대한 승인과 기대감이 그것이다.
하지만 장동혁 대표는 선거 이후 애매한 페이스북 메시지 외엔 명확한 평가를 내놓지도 않았고 의총장이나 국회본회의장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투표용지 부족으로 인한 참정권 침해’ 사태에만 강하게 결합하고 있다.
이 문제가 워낙에 심각한 것이고 야당 대표가 나서야 할 사안도 맞다. 하지만 선거 결과 평가나 자기 거취에 대한 모든 질문을 “올림픽 공원에 가봐라”고 넘기는 것이나, 제도적 법적 검토나 당내 의견 수렴 없이 ‘전국적 재선거’를 주장하는 것은 그 의도를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본인의 정치적 활로가 여의치 않은 만큼 앞으로 장 대표의 발언 강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럴수록 제1야당 대표로서의 책임성, 당 안팎의 신뢰에 대한 의구심도 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쨌든 선거 이후 국면에 대한 총괄적 책임은 대통령과 여당의 몫이다. 무엇보다 이번 투표용지 사태에 대한 조사, 선관위에 대한 대수술 수준의 개혁작업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 대통령이 한성숙 중기벤처부장관을 총리후보자로 지명했고 여당도 전당대회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재정비’를 하기 적절한 시기다. 8일, 취임 1주년 계기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안정적이고 통합적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어떤 신호를 내놓느냐에 따라 민주당 전당대회의 방향성도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