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의 전망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고유가 등에 대해선 매뉴얼적 컨틴전시플랜이 진행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큰 혼란이 없다. 또한 정부 추경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야당이 일부 문제제기하고 있지만 여야 합의 처리가 예정되어있다. 대통령의 추경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도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정쟁 요소가 적은 위기 상황이기도 하고 지지율이 매우 낮은 야당은 발목 잡는다 소리를 들을 수도 없는 처지기도 하다. 그래도 이런 상황은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영향을 상당히 미치게 될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의 존재감이 커지는 것은 여야 관계는 물론 당정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또한 각 당의 당내 경선에서 현직자, 경제-행정 관련 경력을 지닌 인물들이 다소 유리해질 수 있는 것.
이런 상황에서도 높은 지지율을 자신하기 때문인지 여당은 국정조사 등 대검찰 공세에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큰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는 선택하기 어려운 수다. 물론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활동 기간은 5월 8일까지니 지방선거 본선이 본격화되기 전에는 끝나는 셈이긴 하다. 또 법원이나 검찰에 대한 그간 여러 무리수가 각 당이 지지율이나 여야의 역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긴 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이란발 위기 대응의 동력에 좋지 않고 장기적으로도 부메랑 효과를 불러일으킬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각 당의 지방선거 후보 결정이 막바지로 달하면서 인위적 교통정리 흐름도 곳곳에서 나타난다. 민주당이 김관영 전북지사를 즉각 제명조치한 것은 상당히 의외였다. 김 지사는 여론조사 상으로는 후보 경쟁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었지만, 전북에선 다른 당과 경쟁구도가 없거니와 김 지사가 계파 기반이 매우 약해서 (전북 지역과 별개로) 중앙당 내에선 큰 혼란도 없다.
국힘의 경우 이정현 전 공관위원장의 사퇴, 각종 가처분 신청의 연이은 인용 등으로 ‘컷오프 원상복구’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장동혁 대표와 이정현 전 공관위원장이 얼마만큼 가까웠는진 모르겠지만 현 상황은 장 대표의 리더십을 더 떨어뜨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 대표는 “절윤 선언이 당 지지율을 떨어뜨렸다. 이제는 내가 중심을 잡고 당을 이끌겠다”는 입장을 당내 인사들과 언론에 공공연히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장동혁 중심성’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공천에 대한 장 대표의 영향력이 현격히 저하된 데다가 공천 후에는 국힘의 각 후보들이 중앙당과 거리를 두고 각자 국지전을 만드는 전략을 채택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공천 마무리 후에도 국힘의 혼란은 더 커질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
민주당은 대구나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국힘과 치열한 싸움을 준비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파이 나누기’에 더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인천 계양이나 연수, 경기 안산과 평택, 전북 군산 등 강세 지역의 공천과 교통정리 등. 조국혁신당과 진보당까지도 변수다. 국회 부의장, 의장 경선 후보 선출 등도 겹치는 문제다. 국힘과 승부가 꽤 홀가분한 민주당과 대통령 입장에서는 8월 전당대회, 임기 중반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국정운영과 인적 자원 배치가 더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