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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10/13] 정부여당, ‘실력’에 대해 의심받는 조짐 보여 2025-10-12 01:51:15
긴 연휴가 끝났다. 이제 국정감사 시즌이다. APEC정상회의는 2주 뒤로 다가왔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 미중 갈등이 지속되고 이른바 ‘신 애치슨라인’ 설정이 눈앞에 다가온 점, 일본 차기 총리 인선이 안개 속으로 빠진 것 등은 APEC에 대한 관심을 오히려 높이는 면이 있다. 하지만 점점 거칠어지고 있는 여당의 언행은 물론이고 요즘은 대통령의 발언도 과하게 구체적이고 즉자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여권은 ‘상대평가’의 기저효과가 끝났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윤태곤(taegonyoun@gmail.com)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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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제 많은데 ‘내란 정당 해체’ 앞세우는 여당

 

연휴가 끝나고 일상생활이 재개되는 현 시점에서 정리해보면 여러 모로 상황이 좋지 않다. 한미관세협상이 계속 난항 중인 탓인지 환율은 계속 뛰고 있다. 여러모로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지만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지는 모두 베일 속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고 전반적인 다른 상황들이 괜찮으면 ‘안 되면 트럼프 탓, 잘 되면 이재명 덕’이라는 프레임이 작동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상황’들도 점점 나빠지고 있다.

 

서울 부동산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아 추가 규제가 예고되고 있다. 당분간은 서울에 부동산 공급이 부족하고 전반적인 건축비 상승세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이 이슈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수도권 지방선거에서도 큰 논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복구는 아직 진행형이다. 복구 책임을 지고 있던 공무원의 사망과 대통령 부부의 예능프로그램 출연이 엮여서 이슈가 된 것은 좋지 않다. 캄보디아에서 사건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은 연휴 중에 큰 관심사였다. 연휴 말미에 대통령 메시지가 나오고 외교부 장관이 캄보디아 대사를 초치하고 국수본이 적극 대응에 나선다는 뉴스 등이 쏟아진 점으로 볼 때 정부 역시 이 문제의 인화력을 실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안들은 결국 정부의 ‘실력’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치적지지 여부와 별개로 ‘일머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정부의 ‘실력’은 결국 결과물을 통해 증명되겠지만 과제에 대한 집중, 동력 추동, 대중적 지지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통해 증명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재명 정부의 실력에 대한 신뢰는 벌써 흔들리는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여당이 문제다. ‘더 센 특검법’을 밀어붙인 정청래 대표는 추석 연휴 말미에도 “개혁을 확실하게 빨리 해치워야 한다. 내란 정당 해체가 추석 민심이다”고 주장했다. 민생과 관련해선 “소비쿠폰을 자주 실행하라는 것이 민심이다”고 전했다. 우상호 정무수석이나 강훈식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핵심고위관계자들이 애둘러서 자제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지만 오불관언의 형국인 것. 추미애 법사위원장, 전현희 최고위원, 김용민 의원 등 법사위에 주로 포진된 강경파 의원들도 비슷한 흐름이다.

 

이들이 대통령실의 견제를 따돌리기 위해 국정감사에서 더 ‘폭주’한다면 여권 전체의 실력에 대한 신뢰는 더 떨어질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지시도 안정감을 떨어뜨리고 있다. 임은정 동부지검장과 백해룡 경정에 대한 구체적 지시가 대표적 예다. 형식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좋지 않다. 적절성을 넘어 적법성 논란까지 뒤따를 수 있다. 두 사람이 유의미한 결과물을 내지 못할 경우, 결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다가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은 모두 대통령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 외에도 여러 발언들이 너무 구체적이고 즉흥적이다. 연휴 전날 회의에서 대통령이 “여러분도 좀 쉬라”면서도 웃으며 “공직자가 솔직히 휴일이 어디 있나. 원래 24시간 일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 예다.

 

정부와 여권 전체는 APEC 준비를 명분과 계기로 삼아 전반적인 재정비를 할 필요가 있다. 연휴 동안 고위 당정대 회의라도 했음 직한데 알려진 것도 없다. ‘개혁’ 혹은 ‘내란 종식’이 물론 중요하겠지만 이를 통해 전 정부와 차별점을 제고하면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기저효과는 이미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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