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내외 여러 상황상 우호적 한일관계를 유지 내지는 강화시켜야 한다는데 양국 간 이해관계가 일치하는데다 정치적 혐한&반일 기동이 집권 세력의 정치적 이익으로도 연결되지 않는다는 학습효과 덕에 이재명 대통령의 첫 일본 방문은 무탈하게 진행됐다. 속속들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강공 드라이브에 대한 대응 노하우나 공동 대응 논의가 진행됐을 수도 있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야당 시절에 여당과 각을 세우며 일본에 대해서도 여러모로 강경한 언행을 구사했지만 집권 후에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두고 봐야 알겠지만, 이 대통령이 임기 중에 대일 스탠스를 야당 시절의 그것처럼 회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언젠가는 여당 지지층 내지 범여권의 일부가 정부에 압박을 가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문제는 한미정상회담이다. 위성락 외교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외에 강훈식 비서실장까지 미국행 비행기를 탄 것은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공격할 태세를 갖추는 등의 한국과 관계가 낮은 다른 이슈들이 복합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다만 EU나 일본, 대만 등 주요국들이 모두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다소간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오히려 낮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여당의 모습이다. 통상적으로도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진행할 때는 야당도 정치적 행보를 자제하는 것이 관례다. 여당은 대통령의 일정에 초점을 맞추고 그 결과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지 않도록 정치적 자원을 동원해 뒷받침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대통령 순방 출발 직전의 당정대 만찬 이후엔 ‘추석 전 검찰청 폐지 공감대’가 큰 뉴스였고 순방 중에도 노란봉투법, 상법 등을 사실상 강행 처리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런 식이면, 그 실체와 별개로, 당정대 간 엇박자 내지 온도차에 대한 이야기가 점점 많아질 수밖에 없다. 명청시대니 명청교체기니 하는 말이 회자되는 것도 좋지 않은 신호다. 거기다가 조국혁신당의 조국 전 대표가지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정청래-조국 두 사람이 선명성 경쟁을 펼칠 수도 있다.
이런 모습은 사실 예상 밖이다. 역대 누구보다 더 강력한 권력, 여당에 대한 장악력을 지니고 있는 이 대통령 임기 초에 여당-여권이 원심력을 발휘할 줄 누가 알았겠나? 순방 이후에도 이 대통령은 외교안보와 민생경제의 짐이 무거울 것이다. 그런데 여당이 ‘개혁’을 향해 계속 달려간다면?
또 다른 예상 밖의 상황이 펼쳐질지도 모르겠다.
국민의힘 전대는 결선까지 가게 됐다 반탄파인 김문수, 장동혁 두 사람의 격돌이다. 원조 ‘강경보수’인 김문수가 비둘기파, 원조 친한파인 장동혁이 매파로 분류되고 있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찬탄파가 우세했는데 “계엄을 선포하고 (군이) 2∼3분 만에 선관위를 점령했다. 대단하다. 진짜 윤석열이다. 한 방을 진짜 제대로 보여줬다"고 발언했다가 대변인직에서도 물러났던 김민수 전 대변인이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결집해 2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된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반면 청년최고위원 1대 1 맞대결에선 친한계로 분류되는 우재준 의원이 찬탄파 손수조를 따돌린 것은 정반대의 시그널인 것.
어쨌든 전당대회가 끝난다고 해서 국힘이 뭔가 새롭게 힘을 모으고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긴 어려울 것 같다. 스탠스나 실력 양쪽에서 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이번 지도부가 ‘바닥’을 칠수 있을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