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주력 인사들은 정치, 행정 경험이 많기 때문에 직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어색함이나 어이없는 실수를 보이진 않고 있다. 5년도 아니라 3년 만에 재집권이라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도 당장의 과제는 국민들에게 국정안정감과 정상화를 조속히 체감시켜주는 것이다. 야당을 포함한 정치적 반대진영이 위기에 처해있고 의석도 작기 때문에 걸림돌로 작동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지연에 대한 논란, 의구심이 깔린 서구 주류 언론들의 시선, 한국을 사이에 둔 중국과 미국의 신경전 등이 대통령 임기 시작과 동시에 불거졌다. 일본 정도를 제외하곤 적극적 환영과 전제조건 없는 조속한 관계 정상화를 표명하는 나라도 드물다. 예견됐던 일이긴 하지만 조속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눈앞에 다가온 다자회의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이벤트 등을 적극 활용하며 이 대통령이 직접 전면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경제 문제에 대해선 컨트롤 타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자체가 어느 정도 숨통을 틔울 수도 있을 것이다. 기재부 수술 등 공약 과제 실천도 중요하겠지만 경제부처 책임자와 대통령 경제 참모가 일을 시작하게 해서 시장에 안정감을 주는 것이 더 시급하다.
이런 외교안보, 경제 사안들은 큰 방향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어렵지 않겠지만 사법 이슈와 관련된 것들은 다르다. 윤석열, 김건희 부부나 채상병 이슈에 대한 것과 이 대통령 본인에 대한 것은 또 다르다. 전자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후자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대선 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대법원이나 이 대통령 본인 관련 법제화에 대해서는 반발이 상당하다. 야당 입장에서도 이런 이슈는 개입해 들어갈 수 있는 명분이 충분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현명하고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한 대목이다.
또한 경호처나 민정수석실 관련 인사에 대해 고개가 갸웃거려지고 있다. 애초에 대한민국 정도의 고도화된 민주국가의 대통령 경호조직이 너무 크고 위상이 높다는 지적이 많았고 전 정부의 경호처 수장이 게엄의 실행리더였고 탄핵 소추 이후에도 경호처가 사병처럼 움직였기 때문에 대수술에 대한 공감대가 높았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4성 장군 출신을 경호처장에 임명했고 정보에 능한 경찰 출신을 차장으로 임명했다. 이들이 경호처를 조속히 장악할 순 있겠지만 이런 식이면 경호처의 위상과 영향력은 오히려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민정수석실에 특수부 검사 출신들이 거론됐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의힘은 참패했지만, 득표율은 예측 이상인 면이 있다. 40%대라는 숫자가 쇄신의 속도를 떨어드리는 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혼란이 수습되고 갈피가 잡히기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그런데 이해가 되지 않는 면은 책임 있는 중진들 중에 정계은퇴까지는 아니라도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사람이 단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중진들이 좌지우지 하는 의원총회, 그러한 의원총회에서 정해지는 당론 체계가 깨지지 않는 이상 혁신은 난망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