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재보선에서 국민의힘은 부산 금정, 인천 강화 두 군데 기초단체장 자리를 수성하는데 성공했다. 득표율도 나쁘지 않았고 특히 부산 금정에서 후보 단일화 등으로 총력을 다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예봉을 꺾었다. 반전까지는 몰라도 한숨 돌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그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와의 면담이 분위기를 거꾸로 바꿨다. 애매한 양비론 조차 설 자리가 없는 노골적 홀대는 윤-한 두 사람의 권력관계나 위상차가 아니라 윤 대통령의 협량함과 정무적 무감각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로 인해 윤 대통령과 친윤 진영의 형편은 더 나빠지고 한 대표 측은 오히려 여유가 생긴 것. 여론조사상으로도 디커플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대’가 아니라 ‘20%’라는 대통령 지지율은 매우 심각하다. 절반 이상 남은 임기가 대통령 힘의 원천이 아니라 대통령에 대한 염증 심화로 이어질 수 있는 숫자다. 대통령 임기와 다음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참고 기다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 야당 의원들 숫자나 압박이 아니라 이 문제가 본질적인 탄핵 위협이다.
어쩄든 윤 대통령은 ‘선거 이후 지지율 급락과 여론 이반’이라는 현실 앞에 섰다. 에둘러가거나 못 본 척할 수 있는 여유가 없는데 여당 대표까지 제압하려는 기색을 감추지 않은 것은 비이성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오는 30일은 한동훈 대표의 취임 100일, 내달 10일은 윤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이다. 이 이주 남짓한 기간 동안 변화하지 않는다면, 변화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보이지만, 단순히 여론이 싸늘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보다 질적으로 훨씬 더 나빠질 수 있다. 그러면 여당 입장에서도 차별화 압박을 강제 당하게 되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에 대한 북한 파병 첩보가 정보 차원으로 확인됐다. 북한과 러시아 당국도 애써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는 여당이 참패를 거뒀다. 기득권 정치에 대한 혐오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자민당 내 개혁파로 분류되고 취임한지 얼마 안 되는 이시바 총리 탓으로 돌리기는 과하지만 결국 책임은 총리의 것이고 조기 총선 승부수를 건 사람도 이시바 총리 본인이다.
미국 대선은 여전히 뚜껑을 열어야 알 수 있는 판세지만 트럼프 후보가 안정감을 더 하고 있는 분위기다. 해리스 후보가 분위기 전환의 모멘텀을 만들지 못하면 의외로 격차가 커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국제 환경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것은 윤 대통령에게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글로벌 환경이 급변하니 우리 국내 정세라도 안정성을 높여야한다는 의견과 윤 대통령과 현 정부가 과연 이를 감당할 능력이 있냐는 회의감 중 어느 쪽이 더 높아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