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은 3파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낙연-김부겸 양자구도보다야 젊은 재선 박주민이 가세한 삼자 구도가 여러모로 더 흥미롭긴 할 것이다.
박주민의 등장으로 논점 이동 기미도 엿보인다. 안정성의 이낙연, 도전자 포지션이지만 역시 안정성이 강점인 김부겸에 비해 박주민은 선명한 포지션을 잡고 있다. 예컨대 박주민은 "당 정책위를 강화하고 사회적 의제 연석회의를 구축해 당과 국민이 소통할 수 있는 사회적 대화를 상시적으로 열겠다"고 말했다. 공수처 문제에도 ‘법 개정’을 시사하고 나섰다.
통상적으로 위기국면에서는 두 방향의 해법이 나오기 마련이다. ‘성찰과 반성’을 이야기하면서 ‘스타일이나 방향의 수정’을 제시하는 것이 첫 번째고 ‘단결과 선명성’을 강조하면서 ‘결집을 통한 정면돌파’를 제시하는 것이 두 번째다. 흔히 전자를 온건파라 부르고 후자를 강경파라 부른다. 후자는 주류와 맥이 닿는다.
이낙연에 비해 김부겸이 후자의 이미지를 강화하려 애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관점에서 견줘보면 박주민에 비해선 족탈불급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기간 당청의 어려움이 더 가중된다면 오히려 박주민의 컨텐츠는 더 선명해지고 목소리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위기의식을 가진 핵심 지지층들에게 구심력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 전당대회의 흐름은 애초 전망과 다르게 전개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팟캐스트, 유투브 그리고 일부 라디오 프로그램 등 민주당에 미치는 영향이 큰 외부 플랫폼들의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만약 이번 전당대회 동안 외부 플랫폼들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더 커진다면 향후 서울 시장, 부산 시장 후보 경선 등을 경과하면서 대선 경선까지 관성이 강화될 것이다. 이 흐름이 민심을 선도하거나 반영하느냐, 괴리도만 높여가느냐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낙연-김부겸 양자대결이라면 나타나지 않았거나 크지 못했을 흐름이 박주민의 등장으로 변화하게 된 것.
발언의 강도는 물론이고 폭을 날로 넓히고 있는 추미애 장관도 같은 흐름에 몸을 싣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재명 지사는 포퓰리즘적 면모가 탁월한 사람이지만 궤가 다르다. 이에 대해선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경찰청장-방통위원장-통일부 장관에 이어 국정원장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다. 박지원 후보자도 아마 임명장을 받을 것이다. 인사청문회에서 논쟁이 없지 않았지만, 여야의 현격한 의석차(발언 기회 자체가 의석수에 비례한다) 등으로 인해 청문회의 긴장감은 그리 높지 않았다.
아마 앞으로 원내에서 비슷한 모습들이 많이 펼쳐질 것이다. (제도적으로 야당의 비토권이 보장된 공수처장 문제는 조금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야당이 과거처럼 장외로 뛰쳐나가거나 의사일정을 연계하는 식으로 저항하긴 어려울 것이다.
야당은 전략 자체에 대한 새로운 정립이 필요할 것 같다. 자신들이 문제라 생각하는, 혹은 국민들이 문제라 생각하는 사안들을 ‘저지’하는 역량보다 적나라하고 논리적으로 ‘보여주는’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을 것이다. 숫자가 작을수록 뭉치고 다지는 것보다 넓히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다른 사안들과 성격이 좀 다르지만 행정수도 이전 문제도 마찬가지다. 여당이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가졌는지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행정수도 이전은 오랜만에 여당이 오랜만에 ‘넓히는’ 이슈를 가져온 것이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