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자기 이름을 정확히 쓰기만해도, 수학 시험에서 25점만 맞아도 감탄하는 부모들이 있다. 지능지수(IQ) 70~85 사이, '경계선 지능'을 가진 아이의 이야기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거북이'나 '느린 학습자'라고 부르지만 사회는 '문제아'라고 했다.
조정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러한 경계선 지능 아이들을 학교에서 적절히 교육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느린 학습자 지원법)을 지난달 26일 대표발의했다. 느린 학습자는 한 학급에 3명, 총 8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지만 여전히 '교육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생각에서다.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공부를 잘하는 아이도 있고 못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친구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어요. '경계선 지능'이라는 말이 참 생소하지만 사실은 우리 곁에 흔히 있는 아이들입니다."
조 의원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들어와 초점을 맞춘 건 소외되고 방치된 '교육 사각지대'였다. 경계선 지능 학생들은 초기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면 지적장애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조기 진단과 맞춤형 교육이 절실했다.
법안을 마련하면서 가장 큰 도움을 준 건 '거북이의 엄마 아빠'들이었다. 부모들은 아이가 무엇보다 '이해'받기를 원했다. 선생님들도 다른 학부모들도 삐딱한 시선으로 보기 일쑤였다. '경계선 지능'은 그만큼 생소한 개념이었다.
"교사가 경계선 지능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학습생활지도를 해주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교원교육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노력해도 안되는 아이가 있는데 학교에서 혼내고 질타하기만 하면 더 나빠지기 쉬우니까요."
거북이 부모들이 가장 강조한 부분도 '교원연수'와 '부모교육'이었다. 선생님들이 느린 학습자들을 먼저 보듬어줘야 아이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것. 다른 학부모들의 배려도 중요했지만 초중등교육법의 특성상 부모교육은 담지 못했다.
조 의원은 이미 일선 현장에서 느린 학습자들에 대한 조사와 맞춤형 교육을 시도하고 있는 만큼 법안이 통과되면 조기에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경기도교육청은 지난달부터 초등학교 4학년~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기초학력부진 선별검사'를 실시했다. 학습부진 학생이나 경계선 지능, 지적장애 학생에게 맞춤형 교육을 한다는 계획이다.
조 의원은 느린 학습자 지원은 개별 교육청 사업이 아닌 정부 책임으로 법적 근거를 갖고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청 사업들이 대부분 교육부의 특별교부금으로 진행되는만큼 법적 근거가 없으면 지속적으로 예산을 확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관건은 '낙인효과' 없이 경계선 지능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을지 여부다. 상당수 부모들이 자녀의 경계선 지능을 인정하지 않거나 숨기고 싶어하는 게 현실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다른 친구들과 한 반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학습부진이 노출되는 게 싫을 수 있어요. 법이 통과된 후에 시행령 마련 단계에서 느린 학습자들에 대한 개인정보 보호 등 조치가 마련될 수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