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장기화를 원치는 않을 것이다”는 걸 빼곤 이란 사태에 대한 전망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전략적 모호성 혹은 교란용 메시지의 파괴력은 이란이 아니라 미국과 동맹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군사적인 면에선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압도하고 있고 이런 상황이 역전될 가능성은 ‘제로’지만 정치, 외교, 경제적으론 예측이 어렵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박, 주식 시장 혼란은 미국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기색은 역력하다. 하지만 사태가 종결된다고 해서 국제정세가 안정을 찾고 베네수엘라에 이어 이란이라는 ‘불량국가‘를 응징한 미국의 리더십이 강화되진 않을 것이다. 안보와 에너지 전략에서 각자도생하면서 기댈 구석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인 것. 우리도 상당히 어려움을 겪겠지만 단기적인 정치적 손익계산을 전망해 본다면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 대통령의 순발력, 실용적 면모가 더 어필될 수 있고 야당에서, 혹은 여당에도, 국제, 경제적 혼란 상황에서 대통령의 카운터파트적 역량이나 이미지를 갖춘 사람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국가나 이 대통령에게도 결코 좋지 않다. 헌재 ’검찰-사법 개혁‘이나 공소취소 논란, 과거 의혹 보도 등 이 대통령의 사법적 문제에 대한 논쟁 정도 외에는 국가적으로 의미 있는 논쟁 자체가 없다. 브레이크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 조직 확충, (대통령이 국회를 향해) 법안 처리 기간 단축 촉구 등 대통령 권한을 더 강화하는 흐름만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정책 관련 실무 과장급 부동산 현황 파악 등도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부 등 주요 부처에서는 “주요 인사가 진행되지 않는다” “청와대의 지침이 없으면 일이 안 돌아간다”(“지침 없이 일하면 뒷감당이 안 된다”와 같은 말이다)는 말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청와대 강화는 절대 해결책이 아니다. 실세든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인재‘든 포진시켜 각 부처와 기관이 자율성을 갖고 움직일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 변화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다음 총선 즈음에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지방선거 공천이 본격화되면서 여야 정당 모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여당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통상적인 것이나 ’행복한 고민‘에 가까운 것이라면 국힘이 겪고 있는 것은 보편적이면서도 특수하다. 공천 완료 이후 반등을 기대하기도 힘든 정도다. 공관위원장은 자신이 애초에 지니고 있는, 또한 자신에게 권력을 위임한 사람의 정치적 권위, 위상, 신뢰도에 대한 메타인지가 극히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 대표의 지시아래 집행조직이 추진하던 당명변경, 인재영입, 청년인재 콘테스트 등도 목불인견이다. 외부 정치적 환경을 탓할 일이 아닌데 “당 대표가 ’윤석열 절연 선언 이후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격분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거대조직으로서의 기본적 기능과 체계가 붕괴되는 모습이다.
게다가 보수진영 내에서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던 박형준 부산시장은 삭발을 하고 세이브코리아 핵심인사를 선대위 얼굴로 앉히고 강경보수 유투브에 출연하는 등 퇴행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또한 나름의 생존전략이겠지만 이 당의 현 주소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런 식이면 공천 완료 이후에도 당적 구심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한동훈, 주호영 외에도 영남권에서 무소속 출마 러시가 이어지고 비영남권에는 ’출마에 의미‘를 둔 인사들이 대거 포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