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사실상 식물 상태라 할 수 있다.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제명 이후 김종혁 전 최고위원 당직 박탈, 배현진 서울시당 위원장 당원권 정지 등 이른바 친한계에 대한 축출-징계에 대해서만 작동할 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무기 징역을 선고 받은 날 침묵을 지키던 장동혁 대표는 그 다음 날 ‘윤석열 절연세력과의 절연’ ‘윤석열에 대한 무죄추정 원칙’ 등 놀라운 원칙들을 천명했다.
이 원칙들은 그 자체로 문제지만, 그 원칙들은 보수진영 내에서 공감대도 얻지 못하는 것이고, 실제로 당내에서조차 구현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장 대표가 힘을 싣고 있는 당내 기구인 공천관리위원회의 이정현 위원장이 군복을 입고 과감한 혁신-숙정을 외쳤지만 빈축의 대상이 되고 있을 뿐이다. 청년-여성에 집중한다는 인재영입 작업도, 수요-공급 양면에서 난망한 상황이다. 야심차게 추진하고 실제 작업에 들어간 당명 개정 논의는 지방선거 이후로 순연되어 버렸다. 실질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정당이 되어버렸다.
지난 3개월 여 동안 (2025년) 연내 지지층 강화 마무리 후 중도 확장-1월 8일 혁신안 마련-한동훈 제명 이후 혁신과 확장-윤석열 1심 선고 후 혁신과 확장 등 공수표가 남발되다 보니 지도부 내외부 동력이 모두 소진된 것. 설 연휴 이후 익명의 당 지도부 관계자 발로 ‘3월까지 내부를 다진 후 4, 5월에 대여 반격 시작’ 같은 이야기가 나오긴 아무도 믿지 않을 이야기 들이다.
이런 까닭에 국힘은 작동 불능에 대해서만 예측이 가능한 조직이 되어버렸다.
야당 발 긴장과 압박을 전혀 받지 못하는 여당 역시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조국혁신당과 합당 무산(순연?) 이후 유시민 등의 존재감, 발언력이 높아지는 것은 결코 좋지 않은 신호다.
조국 대표의 의회 복귀 노력, 청구서를 지참한 송영길 전 대표의 복귀, 김남준·김용 등 이 대통령 직계 부대의 의회 진출 시도 등이 맞물리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의 압박이 전혀 없는 점은 오히려 내부 갈등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리더십과 조정 능력을 발휘하기에는 플레이어 이미지/성격이 강하다. 다선 의원이 즐비하지만 권위를 지닌 조정자도 안 보인다.
대통령-정부는 여야의 이런 지리멸렬-혼란상에서 짐짓 한발 물러서 지지율을 유지하겠지만 이런 식의 국가운영은 한계에 다다르기 마련이다. 지방선거 이후에야 판이 정리가 되겠지만, 지방선거 국면에서 실마리라도 나타나야 할 것이다.